Realm of the Possible

아무도 죽지 않는 왕국

드라마 ‘커피 하우스’의 주인공 강지환의 캐릭터인 작가 이진수는 글을 쓸 때 빨간 지우개가 끝에 달린 노란색 연필을 칼로 깎아서 쓴다. 나도 그 연필을 아직 필통에 넣어두고 있어서 괜히 공감가더라. 절대 연필깎이 사용 금지. 심이 너무 날카로워져 종이를 긁는 느낌이 좀 그렇다. 천천히 칼로 돌려 깎아서 심은 길게 뽑고 연필 끝은 살짝 뭉툭하게 다듬는다. 그리고 선을 몇 번 그어 연필심 끝을 동그랗게 만든다. 그러면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써지는데 난 그 자연스러움이 너무너무 좋아.

그 연필은 동생이 졸업하고 더 이상 쓰지 않을 학용품이었다. 한 번 깎고 얼마 쓰지 않고 잊혀진 듯 원래 연필의 길이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는데 너무 길어서 내 필통에 들어가지 않았다. 연필이 돌아가야 할 집, 연필의 고향은 필통. 연필을 집에 편히 눕히기 위해 며칠을 그 노란 연필만 썼다. 얼마나 지났을까. 1주일은 더 걸린 것 같은데 결국은 필통에 간신히 들어갈 만큼 깎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좀 더 사용해서 필통에 자연스럽게 보관할 수 있는 길이까지 만들었다. 별거 아닌데 뿌듯한 그 기분. 다들 알겠지. 그리고 결론도 다 알겠지? 그렇게 필통에 넣고 다시는 그 연필을 쓰지 않았다. 그냥 그걸로 좋았다.

사실 난 볼펜이 더 좋아

하하하

1 year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