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가위바위보 야구 게임 자판기가 있었다. 그 자판기는 일본어를 했는데 100원을 넣으면 “쟝켄뽕“ 소리가 들리고 가위 바위 보 중 하나를 누르면 높은 확률로 아웃당하거나 무승부, 가위바위보에서 이기면 달리기가 시작된다. 드드드득하는 효과음과 함께 램프가 점멸하며 기대감을 자극하는데 득점에 따라 메달을 획득한다. 무승부일 때는 ”아이코데쇼!“ 어찌나 했는지 잊을 수도 없어. 획득한 메달 갯수에 따라 보상으로 당시 유행하던 만화에 나오는 뭔가를 받을 수 있었고 그때 아마 피구왕통키 피구 볼 같은게 상위 상품 아니었나 싶은데. 절대 학용품 같은 것은 아니었다. 하긴 어느 누가 새로운 참고서를 얻으려고 그런 사행성 게임을 하겠나.
개중엔 현금이 나오는 것도 있었다. 해변에 놀러가서 발견했다. 당시 10대 초반이었던 나는 단 100원을 넣고 1300원인가를 획득했었다. 그리고 그 동전을 들고 고민했다. 평소 많이 한 게임이고 이렇게 고득점을 하기가 흔한 일이 아닌데 이걸 다시 투자해서 게임을 하면 난 이 돈을 다 잃고 허무해하겠지. 쉽지 않았지만 그 돈을 그대로 간직하고 그 게임을 끊었다. 그래서 나는 영원한 승자가 될 수 있었지.
그 후로도 계속 그렇게 살고 있다. 사행성 게임을 멀리 하고 도박으로 운을 시험하지 않는다. 사실 주식 투자를 잠시 도박 처럼 해본 적도 있다. 어렸을 때 1300원의 경험 때문에 그런 식으론 약간만 벌고 다시 성실하게 살 수 있었다. 거액의 1등 상금에 혹해 복권도 몇 번 사봤지만 ”인생의 잭팟은 복권을 한 번도 사지 않는 것“이라는 복권 중독자의 명언만 되새기게 되더라. 가끔은 실없이 쓰기도 하지만 돈이 어디로 가야 좋을지 알고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p.s. 어른이 되어서 초등학교 앞을 지나다 뽑기 게임기가 있어서 옛날 생각에 100원을 넣어봤는데 2등이 걸린 적이 있었다. 이놈의 운이란. 근데 상품이 당시 유행하던 탑블레이드 관련 제품이야. 문방구 주인 아줌마는 적당히 다른 물건 가져가라고 하셨고 난 대충 젤펜을 골라왔다. 그 펜을 5년 동안 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