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m of the Possible

아무도 죽지 않는 왕국

최고의 사랑 이후로는 한국 드라마 조차 진득하게 보지를 못했는데 오랜만에 일본 드라마를 보게되었다. 구로사와 키요시 감독의 5부작 드라마 ‘속죄’. 1화 끝나자마자 어떤 이야기가 될지 궁금해서 견딜 수 없는 게 도저히 끝까지 안 보면 안될 것 같고 원작 소설도 보고 싶다. 

시골 초등학교 4학년에 서울(…)아이 에미리가 전학 오게 된다. 에미리는 스피디하게 시골 소녀 4명과 친해지게 되었지만 시청자들과는 정도 붙기 전에 그만… 희생자와 함께 범인을 목격한 증인이 4명이나 있는데 단순히 범인이 인상이 없는 건지, 나중에 반전이 될 비밀이 있는 건지. 목격한 소녀 4명 모두 범인에 대해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공통된 증언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사실 아이들에게 어른들이란 다 똑같아 보이고 재미 없고 흥미가 생기지 않는 존재인지라 평범한 아저씨 따위 기억을 못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딸을 잃은 어머니에게는 도저히 잊을 수도, 용서할 수도 없을 것이다. 범인을 찾는데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한 아이들마저. 딸을 잃은 어머니는 4명의 아이들에게 속죄를 요구했고 아이들은 납득할만한 속죄를 하며 살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15년 동안 범인을 잡지 못했다.

1화는 15년 후의 목격자인 한 소녀(사에, 아오이 유우)가 주인공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음산한 음악과 어두운 조명, 구름낀 날씨와 이상한 사람들이 계속 나오는 음침한 이야기. 보는 내내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수작 스릴러. 4명의 소녀를 각각 주인공으로 4회를 방영하고 마지막회는 어머니의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아오이 유우 뿐만 아니라 이케와키 치즈루, 이토 아유미, 고이즈미 쿄오코 등 익숙한 여배우들이 등장해 열연을 펼치게 될 듯. 

예전에 ‘Atonment’라는 영국 영화(이것도 소설이 원작이지만)에서도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범위를 벗어난 ‘속죄’를 이야기했는데 이 일본 ‘속죄’에서도 아이들이 느낀 미안함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정상적이지 못한 속죄를 보여줄 것 같다. 어떤 죄의 무거움은 법을 넘어 자신의 마음이 정해주는 것 같다. 어떤 벌을 받아야 지워질지, 어떻게 사과를 해야 잊혀질지 모를 죄를 갖고 살아간다면 이런 ‘속죄’들을 보고 깊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아, 내 죄가 더 무거워지는 것 같아.

4 months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