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극장에 갔다가 영화 시간이 남아서 홍보 전단을 뒤적거리고 있으려니 아무리 봐도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들이 와서 나보고 자기들 나이가 1살 모자라서 영화를 볼 수 없다며 매우 보고 싶어하는 얼굴로 대신 이 영화 표를 뽑아주시면 어떻겠냐는 부탁을 해왔다. 그들이 들고 있던 포스터는 '고사:피의 중간고사'! 올여름 단 하나의 공포영화라고 소문이 자자한 그 영화이다. 솔직히 담배나 술을 대신 사달라는 애들보다야 훨씬 귀엽고 괜찮은데 문제는 그 영화가 구려서. 물론 나도 소문만 듣고 보지는 못했지만 도저히 그들에게 권할 수 없을수준이라는 악평이 자자한데 감히 대신 뽑아줬다가 영화 끝나고 아이들에게 "그 년만 아니었어도(이 영화 못 보는 편이 나았을 텐데)" 이런 소리 들을까 무섭기도 했다.

그거 왜 보고 싶어하나요? 왜 보면 안되나요?

알아요. 그 영화 제목부터가 '피의 중간고사'라니! 시험이면 토할 것 같은 니들에게 얼마나 와닿았겠나 쉽게 상상이 되는군요. 그리고 생각해보니 10대 여자애들 모이면 공포영화를 선호하게 되는 것도 잘 알아요. 예전에 어느 노는 토요일 '헨젤과 그레텔'을 보러갔더니 주위에 전부 여중생이었어요. 그 영화에 천정명이 나왔던 것도 볼만한 요소였겠죠. 그러고보니 이 영화에는 그 잘생긴 김범이 남자주인공으로 나오네요. 아, 이러니 정말 내가 10대라도 봐야할 것 같아요. 그렇지만 15세 관람가가 붙어서 나오는데는 다 이유가 있어요. 한국 영화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이죠. 아직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어린 시절에는 눈에 보이는 모든 자극적인 요소에 영향을 받기 쉬워요. 폭력영화를 보고 때리거나 싸우고 싶어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어린 나이에 영화 선택에 실패하면 '한국 영화는 재미 없다'는 편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고사' 같은 보편적으로 재미 없는 영화는 국가적 차원에서 어린이의 관람을 막고 있는 거예요. 아쉬워하지 말고 '월E'를 보시도록. 어렸을 때 다들 기본 20번씩 니모를 찾았을 거 아니예요? 그거 재미있다던데... 그리고 공포영화로도 '고사'는 별로 안 무섭다고 하던데 분명 여고생 관객들이 보고 나오면서 "에이, 별로 안 무섭다." 혹은 "시시하다."고 말할 것 같아요. 내 생각이지만 '다크나이트'가 더 무서울 거예요. 조커는 정말 극악무도한 악당이거든요. 아 참, '다크나이트'도 15세 관람가구나. 결론은 나이를 먹는 수밖에 없군요. Time will tell~

물론 다 농담임. 어렸을 때 보는 공포영화가 재미있긴 할 텐데 말입니다. 근데 진짜 그 영화 재미 없을 것 같아서 표 안 뽑아줬음. 

참, 저는 한국 영화를 사랑합니다.


  1. 리예 2008/08/06 21:19 답글수정삭제

    언니 좀 짱인듯,
    다크나이트 진짜 무서웠어 근데.

    • 은별 2008/08/06 21:37 수정삭제

      조커가 많이 쎈 것도 아니고 나와서 맞기나 하는데 진짜 제대로 미친놈이라 허세인지 진짜인지 알 수가 없어서 무서웠어염 ㅠ.ㅠ
      결론은 허세 50, 진짜 50?ㅋ

  2. 은별의 생각

    Tracked from silversta's me2DAY 2008/08/06 21:31

    "한국 영화는 재미 없다는 편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재미 없는 영화는 국가적 차원에서 어린이의 관람을 막고 있는 거예요." 이런 논리로 재미 없을 수록 관람불가 연령 증가. 결론: 디워 80세 미만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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