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아버지가 둥지냉면을...

일기 | 2008/07/26 22:50 | 담아내기


아침에 아버지가 나를 책을 읽던 찾아와서 조용히 속삭이셨다. 둥지냉면을 사오라고. 만원을 주시며 넉넉히 사오라고 하셨다. 대체 왜 인스턴트 냉면을 사오라고 시키는데 아무도 못 듣게 속삭이나 어리둥절해서 가만히 생각을 해보았다. 아, 엄마 때문이구나.

어제 저녁에도 남동생에게 같은 심부름을 시킨 모양이었다. 그런데 동생이 둥지냉면을 사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어머니가 농심 불매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계셨기 때문. 동생은 왜 사오라는 둥지냉면은 사오지 않았냐는 아버지의 물음에 대답했다. 
"사려고 보니까 농심꺼라서... 엄마한테 욕먹잖아. 욕먹을 거 뭐하러 사와?"
예전에도 아버지가 과자를 잔뜩 사오면 어머니가 그 중에 농심 제품을 골라서 다른 과자로 바꿔오라는 주문을 하셨다. 한 3번인가 혼나시더니 아버지도 농심을 피하기 시작하셨다. 동생도 분명 엄마가 농심 둥지냉면을 사오면 교환해오라고 할까봐 상상만 해도 귀찮은 나머지 아예 사오지 않았겠지.

그런 사연이 있는 농심인데도 불구하고 '이번엔 꼭 먹고 말테다'하는 자세로 원하시는 걸 보니 둥지냉면은 굉장히 맛있는게 분명해 보인다. 아니면 못 먹게 하니까 더 먹고 싶어하시는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아버지가 둥지냉면을 맛있게 드셨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농심 라면을 개봉했다는 흔적은 잘 없애셨다. 그 맛이 궁금해던 나도 먹어봤다. 물론 아버지 따라서 농심 둥지냉면이 있었다는 증거를 부엌에서 제거했다. 이런 일도 있다고 하니 딱히 농심 둥지라면을 샀다고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을 지도 모르지만. 

비빔 냉면은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리니 맛있더라.


  1. 엘뮤 2008/07/27 14:14 답글수정삭제

    저도 둥지냉면 나왔을때 즐겨먹다가 요새는 안먹고 있는 중인데요. 작정하고 농심 불매운동을 하는것은 아니지만 둥지냉면에서도 이물질이 나왔다니 손이 안가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농심 불매운동의 근본적인 원인은 쥐머리 새우깡이고, 부차적으로 조중동 광고중단을 요구한 소극적인 불매운동에 대해 농심에서 보여준 행태가 아주 괘씸하다는데 있죠. 검찰 요구 불응은 금방 끝날것이라 여기고 무시했던 불매운동이 지속되면서 시장 점유율 수치가 하락하니까 버스 떠난뒤에 손흔들고 있는거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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