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일기] 손목 인대가 늘어났어요!

일기 | 2010/01/30 18:28 | 담아내기
장장 3달의 어깨 골절 치료를 마치고 2주 전에 다시 출근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왼손 손목 인대가 늘어났다. 이건 당해보면 처음에 느낌이 팍하고 온다. 아, 손목이 나갔구나! 그렇지만 그렇게 아프지는 않아서 계속 쓰다보면 끊어지는 인대가 점점 많아져서 큰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 인대 나갔다 싶으면 바로 손을 쉬고 병원에 갔다가 며칠 쉬면 무리 없이 낫는데 모르고 혹사했더니 많이 아픈 수준까지 가서 괴로웠다. 현금이 없어서 병원을 못 갔는데 나중에 가보니 국립 병원은 벌크빌링이 되니 현금이 없어도 되더라. 아무튼 2주 지난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다. 그동안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떻게 아팠는지 정리해본다.

1일~2일
손목이 부어있고 움직이면 찌르는 듯 아파요! 손빨래라도 하면 큰 고통에 비명을 지를 것 같다.
3일차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것 같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고 빨갛게 붓기까지 했다. 이거 괜찮을까 싶어서 회사 양호실에 들렀더니 진통 연고를 바르고 그 위에 거즈를 얹은 다음 압박붕대를 감아주더라. 그냥 파스 붙이면 안되나요? 그리고 슈퍼바이저랑 이야기를 했는데 "쉬운 일이면 괜찮겠지?" 어...? 난 그냥 집에 가고 싶었을 뿐인데. 돈이 없어서 병원도 못 갔던 팔자니까 아파도 일해서 돈을 모으고 싶었다; 거부할 수가 없었음. 하지만 움직일 때마다 아픈 게 석고붕대를 하고 싶었다!
4일차
손목을 움직이려고 하면 뽀드득뽀드득하는 느낌이 난다. 기분 나빠! 많이 부어있지만 집에 냉장고가 없어서 얼음찜질을 못하고 Ice Gel을 사와서 바르고 붕대를 감았다. 비가 오려는지 어깨도 아픈 게 다찌마와리에 나오는 대사 "이 지긋지긋한 관절염아!"가 떠오른다.
5일차
왼손으로 트랙패드 두손가락 누르기도 힘들다. 전에 팔 부러졌을 땐 손은 쓸 수 있어서 별로 불편한 게 없었는데 손목이 나가니까 살기가 힘드네.
6일차
왼쪽 손목이 차도 없이 계속 아파서 대신 오른손을 많이 썼더니 오른손 손가락 2개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아픈 게 이러다 완전 손병신 될 듯. 보험 처리 하고 한국 가고 싶다. 주말이 끝나가는구나. 일하기 싫다. 그래도 손이 조금 나아진 것 같으니 출근을 해볼까? 나의 압박붕대 감기 스킬이 점점 늘고 있다. 미이라는 전신 염좌인 것일까?
7일차
어제 손목에 감은 붕대가 답답해서 밤에는 풀어도 되겠지 싶어 그냥 잤더니… 이 은근한 고통은 대체! 진통제를 먹어도 낫는 것 없이 은근히 밤새 아프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결국 출근도 안했음. 병원 가야지. 하지만 병원에서도 제대로 진단을 해주지 않았다. 인대 부상은 MRI 정도 찍어야 손상을 잡아낼 수 있다는데 시골 병원에서 겨우 1도 염좌에 MRI 찍어달라는 건 무리. 엑스레이에 뼈가 예쁘게 찍혔다면서 '가벼운 손목 통증'이라고 병명을 적어줬다. 정말 의사가 미웠다. 처방전은 호주의 만병통치약인 파나돌. 혹은 뉴로펜. 파나돌은 파라세타몰(아세트아미노펜)이고 뉴로펜은 이부프로펜이다. 왠지 이부프로펜 쪽이 월등히 비싸다. 하지만 소염 효과가 있다니 붓기를 없애는데는 좋을 것 같아서 뉴로펜을 사야할 것 같다. 그런데 돈이 없어.
8일차
공휴일이다. 어제 출근 안했는데 오늘까지 4일 연속으로 쉬니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별다른 치료 없이 의사 얼굴만 봤는데 상태가 많이 좋아진 걸 보니 병원은 무조건 가는 게 좋은 것 같다. 손목 움직이면 느슨하고 소리나던 느낌이 사라졌다. 약간 붓긴 했는데 움직임은 정상. 이제 다량의 붕대와 거즈, 이부프로펜, 아이스젤, 손에 감는 테이프 등등을 사고 보험사에 청구해야지. 이것을 위해 병원에 갔다왔다.
9일차
오른손 인대 늘어난 손가락 2개에 아이스젤을 바르고 테이핑했더니 습진의 압박. 염좌보다 습진이 더 아파; 무식이 낳은 습진 자국을 보고 웃었다.
10일차
붕대로 묶어둔 손을 많이 쓰다보니 부어버렸다! 얇은 손목에 평소보다 2배로 커진 손이 붙어있으니 막대사탕 같다. 고무장갑에 물 넣은 것 같고 손만 보면 몸무게 80kg은 나갈 것 같다. 왜 난 햄보칼 수가 업서?
11일차
24시간 후 왼손의 붓기가 다 빠졌다. 근데 오른손이 부어서 2배가 되었어!
12일차
약국에서 뉴로펜과 관절에 감는 스포츠용 테이프, 손가락에 감을 테이프 등등을 사왔다. 동네 약국 정말 비싸네. 다시는 가지 말아야지. 보험사 영수증 제출하려고 굳이 갔었지만 마트에서 파는 게 더 싸더라. 뉴로펜은 정말 대단했다. 손말고 다른 이유로 통증이 심했는데 복용 20분만에 모든 통증이 사라졌다. 이제 뉴로펜만 먹어야지.

지금도 손목은 계속 부어있지만 움직여도 찌르는 듯한 고통은 이제 없고 테이프질만 잘 해두면 괜찮아질 것 같다. 망할 호주 시골 의사들이 치료를 안해줘서 인터넷 검색으로 셀프 처방을 해야했다. 이러다 고질병이라도 되면 어쩌려고! 만약에 인대가 다친다면 압박붕대로 묶어두고 필요하면 부목을 댄 후 병원에 즉시 방문하시길.
태그 : 염좌,인대
  1. 띠용 2010/01/31 21:46 답글수정삭제

    아이고 얼른 회복하시길 빌어요;; 몸 어딘가 아프면 마음까지 힘들어지더라구요.ㅠㅠ

  2. 브루펜시럽 2010/02/09 10:19 답글수정삭제

    아이고오.. 그만 아프셔야 할텐데 말여요. ㅠ_ㅠ

    • 담아내기 2010/02/13 20:52 수정삭제

      이제 생일 지나면 만으로도 서른이라
      스물아홉까지만 아프고 말려고요 ㅋㅋ
      호주에서 나이 물어보는 곳은 병원 밖에 없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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